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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피를로 자서전

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 


일반적인 미드필더들은 공격이 진행되는 방향과 공격수들을 본다. 그 대신 나는 나와 그들 사이에 내가 볼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 집중한다. 그것은 전술이라기보다 기하학적인 문제다. 그 공간이 내게는 더 넓어 보이는 것이다. 그 사이를 파고들고 수비의 벽을 허무는 것이 내겐 더 쉬운 것이다.

대표팀의 일원이 되는 것은 나를 평화롭고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것은 섹스보다도 낫다. 안토니오 카사노는 700명의 여자와 잤다고 말하지만, 그는 더 이상 이탈리아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고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는 정말 행복할까? 나라면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의 완벽한 우상은 로타어 마테우스였다. 그는 골을 넣는 동시에 나머지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NO.1이었다. 내게는 그보다 나은 선수란 없었다. 마테우스 다음은 로베르토 바지오였다. 내 방이 꽤 컸기 때문에 그 둘의 포스터는 내 방 벽에 꼭 맞았고, 나는 둘 중 누구의 포스터를 붙일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공과 상관없이 오로지 나만을 마크하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나를 막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에(박지성도 포함됨.) 대해 측은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라운드에 나가서 존엄성을 잊고 경기를 하도록 요구받고, 창조하는 대신에 파괴하도록 요구받은 선수들이자, 선수이기 이전에 남자들이다. 그들은 나를 망가뜨리기 위해 스스로를 완전히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다.

나는 그라운드 위를 떠돌아다니는 집시다. 끊임없이 나를 질식시키는 마크맨이나 흥분해서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선수가 없는, 내가 잠시라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훼손되지 않은 공간을 찾아다니는 미드필더.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약간의 공간일 뿐! 볼을 잡아서 동료에게 전달하고, 동료가 골을 넣도록 돕는 것이 바로 내 신념이다. 그 신념을 진행하는 것이 어시스트이며 내가 행복을 퍼뜨리는 방법이다.


나는 프리킥들을 피를로 스타일로 찬다. 그 모든 슛은 나의 이름을 갖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나의 자식들이다. 그 프리킥들은 모두 같은 영감에 근원을 두고 있다. 안토니오 아우구스토 리베이로 레이스 주니어, 역사에는 주니뉴 페르남부카노 라는 이름으로 적혀진 미드필더다.

리옹 시절에 그 남자는 볼로 꽤 비범한 일들을 해냈다. 그라운드 위에 볼을 내려놓고, 조금 이상한 모양으로 몸을 비틀고는 슛을 날려서 득점을 올렸다. 그는 결코 프리킥을 잘못 찬 적이 없다. 나는 그의 스탯을 살펴보고 그게 우연일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나는 그가 볼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훈련장에서 몇 주 동안 연습한 결과, 그 비밀을 알아냈다. 마법의 공식은 전적으로 볼을 어떻게 차느냐이지 어디를 차느냐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발 전체가 아니라 주니뉴의 발가락 중 오직 3개의 발가락만이 볼에 접촉하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골동품 축구화 질라르디노, 똥쟁이 인자기, 놀림받는 가투소, 유벤투스 미치광이 콘테, 유베를 떠나야 했던 델 피에로, 연극을 할 줄 아는 베를루스코니  등의 일화들이 궁금하면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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