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FIFA 클럽 월드컵 (전북 VS 클럽 아메리카)

2006 FIFA 클럽 월드컵 (전북 VS 클럽 아메리카)

 

축구팬이라면 전북이 클럽 아메리카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세트플레이에 주력을 해야하고, 노장이 많은 클럽 아메리카가 후반 체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후반에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예상되는 경기였다.

 

경기 초반 전북이 강하게 상대에게 바짝 바짝 붙어주며 압박을 가한 탓에 클럽 아메리카가 문전에서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고전을 하며 전북과 거의 대등한 경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전반 15분이 지나면서 서서히 주도권이 클럽 아메리카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클럽 아메리카는 전방의 클라우디오 로페스, 카바나스, 블랑코 3명이 위치에 구속받지 않고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찬스를 노렸다.

개구리점프로 유명한 블랑코가 예전처럼 스피드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중원으로 빠지며 공을 빈 공간이나 침투하는 선수들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클라우디오 로페스는 여전히 순간적인 빠른 몸놀림을 자랑하며 문전을 위협했다. 게다가 단기로 임대한 페레이라 선수가 전체적인 경기를 조율하거나, 중거리슛을 날리며 좋은 활약을 보여 주었다.

 

전북은 투톱으로 나선 왕정현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전반 29분 보띠와 교체되어 나가며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쳐나갔으나,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으로 간신히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0-0 무승부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서는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15분 정도 지나면서 클럽 아메리카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전북이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후반 16분 보띠와 24분 제칼로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오초아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득점에 실패했다.

주도권을 뺏긴 클럽 아메리카는 전반에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후반 체력이 떨어진 페레이라를 빼고 모스케다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후반 34분 드디어 결승골이 터졌다. 클럽 아메리카의 카바나스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린 것이 문전으로 쇄도하던 수비수 리카르도 로하스의 몸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의 골이 터진 것이다.

 

실점을 한 전북은 수비수 임유환을 빼고 이현승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하였으나, 전북도 체력이 떨어지며 경기를 뒤집는데 실패하며 패배하고 말았다.

 

아쉽게 1점차 패배를 하긴 했지만 전북이 나름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전북은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탓에 선수들이 조직력과 투지, 열정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며 경기에 크게 밀리지 않고 선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클럽 아메리카와 비교해보면 대한민국 선수들의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한데, 크로스의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다. 측면까지 어렵게 침투해 들어가서는 정확성이 결여된 크로스로 허무하게 찬스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패스를 하는 것을 보면 클럽 아메리카 선수들은 발목의 스냅을 이용하거나 공이 흘러가는 방향을 살려 스핀을 이용해 수월하게 연결하는 반면, 전북 선수들은 동료에게 연결하기 위해 공의 스피드를 죽이거나 멈춘 다음 패스를 하기 때문에 한 템포 느려지거나 상대에게 쉽게 패스의 방향이 읽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