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번 대회는 FIFA가 페이플레이를 강조하면서 유난히 심판들이 경기에 개입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만큼 오심에 관한 논란이 많이 일어났다. 한국의 경우도 스위스전의 프라이가 넣은 골에 대해 오프사이드인지 아닌지 말이 많다.

 

오프사이드에 관해 논란이 일어난 데에는 우선적으로 FIFA의 잘못이 크다. 공격축구를 지향하기 위해 오프사이드 적용의 완화를 강조하였으나, 정확한 적용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판들마다 적용기준이 틀렸다.

 

프라이의 득점은 FIFA가 말한 오프사이드의 완화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분명히 스위스 선수는 동일 선상의 동료에게 연결한 것이 한국선수의 발을 맞고 프라이에게 갔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다른 나라의 경기에서는 유사한 경우에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프사이드에 대한 확실한 적용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채 대회가 진행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럼 분명히 두 경기 중 하나는 오심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 축구팬들로서는 오심이라고 억울해 하며 항의를 하자는 분위기였지만, FIFA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인식하고 수용할 것을 권유하는 입장이고 대한축구협회도 항의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 같은 오심 때문에 요즘 일부에서는 하이테크 기술을 이용하여 오심을 줄여나가자는 이야기가 있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FIFA에서는 아직은 하이테크 기술을 판정에 도입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FIFA가 보수적인 집단이라서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FIFA가 판정에 하이테크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금전적인 문제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하이테크 기술을 도입하면 판정은 명확해져 논란의 여지가 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축구의 또 다른 묘미가 사라지게 된다.

 

축구는 별다른 도구 없이 격렬하게 몸과 몸이 직접 부딪히는 원시적인 경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축구로 인해 흥분하게 되고, 현재는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즐기면서 스포츠를 넘어 국가간의 힘을 견줘볼 수 있는 대리전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축구경기에 과학장비가 동원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공이 라인을 벗어나면 자동적으로 벨이 울린다든지, 혹은 오프사이드가 되면 벨이 울린다면 어떨까? 물론 공정한 경기진행은 될 것이다. 그러나 축구를 보며 관중들이 느끼는 승리의 기쁨과 흥분, 패배의 좌절과 안타까움이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다시 생각해 보자. 만약 다음 월드컵 대회에 한국이 다시 스위스와 경기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경기에 많은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며 흥분할 것이다.

그렇게 관심이 집중되고 흥분하게 됨에 따라 자연히 FIFA로서는 입장료 수입과 방송권료 수입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FIFA에서는 하이테크 기술의 도입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축구에서의 하이테크 기술도입에 반대한다. 오심으로 인해 때로는 괴롭고 슬프고 분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심으로 인한 이러한 감정들이 역으로 축구팬들의 관심을 더 촉발시키고 축구가 계속해서 인기 스포츠로 군림하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일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런지 모르겠지만, 골수 족쟁이로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다.

'축구에 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구경기 고도제한  (0) 2007.12.20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  (0) 2007.11.08
라이벌전의 특수성  (0) 2006.02.19
축구 유니폼  (0) 2005.07.29
죽어서 그라운드에 묻히고 싶다.  (0) 2005.04.1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