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전의 특수성
리버풀이 피터 크라우치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6강 진출은 물론 FA컵 대회에서 85년만에 맨유를 누르는 감격을
맛봤다.
맨유는 리버풀의 해리 키웰, 모하메드 시소코, 디트마 하만, 스티븐 제라드가 포진한 미들진과의 중원싸움에서 열세를
보이며 경기를 장악하는데 실패했고, 따라서 공격진들에게 원활한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고전을 하며 패배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경기 막판에 교체 투입되어 고작 4분여 밖에 뛰지 못했는데, 아마도
앨런 스미스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경기에 투입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박지성은 계속해서 리버풀전과 같은 빅게임에는 거의 경기에 투입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퍼거슨 감독의 생각으로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이라고 할 수 있는 리버풀전에 박지성을 투입하기에는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맨유와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구단으로서 서로의 라이벌 의식은 한일전과 같이 대단하고,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각오와 심리적 압박감 또한 엄청날 수 밖에
없다.
리버풀이 결승골을 넣은 피터 크라우치가 눈위가 찢어져 출혈이 있음에도 경기 막판까지 뛰게 한 점, 두
팀 모두 노장인 하만과 긱스를 교체하지 않고 풀타임으로 뛰게 한 점, 맨유가 중원에서 계속해서 밀리자 대런 플레쳐 대신 터프한 스타일의 앨런
스미스로 교체한 점 등에서 라이벌전의 특수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경기에서는 경기의 기술적인 측면보다 심리적인 측면들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라이벌전에서는 선수들이 심리적 압박과 긴장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노장을 선발로 내세우는 경향이 있고,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다소 기술은 떨어지더라도 터프하고 저돌적인 선수들을 투입하는 경향들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 대해서 비록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프리미어리그 초년생이고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또한 얼마 전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박지성에 대해 문전에서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 것처럼 박지성이 많이
뛰고 성실한 플레이를 펼치지만, 웨인 루니와 같은 적극적인 모습, 앨런 스미스처럼 저돌적인 모습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을 박지성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올 시즌을 보내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좀 더 경험을 쌓는다면 출전시간은 점점 더 늘어나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중심선수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