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별/챔피언스리그

리버풀 챔스 우승과 그 의미

soccerpark 2005. 5. 26. 09:10

결승전 아타튀르크 올림픽 경기장

 

언론에서 ‘한편의 드라마’라고 표현하지만 만약 누군가 이 같은 드라마 시나리오를 쓴다면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다소 허무맹랑하다고 이야기 했을 것이다.

AC밀란을 상대로 전반을 0-3으로 뒤지다가 후반 45분 동안 3골을 몰아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승부차기로 우승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전반 너무 이른 시간에 말디니의 선취골로 리버풀로서는 맥이 풀린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해야만 했다. 리세가 좌측에서 돌파를 간간히 했을 뿐 오른쪽 측면은 거의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밀란 바로스가 원톱으로 고립되어 제대로 된 공격조차도 못했다.

AC밀란은 셰브첸코와 크레스포가 리버풀 수비 뒤로 돌아 들어가며 공간을 적절히 파고 들어 3골을 성공시켜 경기를 쉽게 이끌어 갈 수 있었다. 사실 전반 1분 말디니의 골이 터지는 순간 ‘오늘 게임은 이것으로 끝이겠구나’는 생각을 했었다.

 

후반 리버풀 베니테즈 감독은 피넌을 빼고 하만을 투입하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나갔다. 전반 수비에 중점을 두며 공격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제라드의 위치를 보다 전방으로 끌어 올리며 공격력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제라드의 추격골을 발판으로 순식간에 3골이 터지며 동점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연장전 이후 승부차게에서 골키퍼 두덱의 선방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경기 중 두덱은 간간히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승부차기에서 몸을 좌우로 많이 흔들며 상대 키커의 신경을 자극하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으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리버풀이 우승하기까지 선수들도 잘 했지만 감독인 베니테즈의 공이 절대적이다. 시즌 초기에 부상선수들이 줄줄이 발생하며 스타팅 멤버 구성조차 힘들었던 팀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끌어냈다. 리그에서는 5위에 그쳤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적절한 선수교체 및 경기내용에 따라 다소는 의외적으로 비쳐질 경우도 있었지만 너무도 효과적인 전술운영을 펼쳐 보였다.

 

한동안 프리미어리그는 세리아A나 프리메라리가에 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킥 앤드 러쉬의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전술을 고집하며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존심만으로 버텨왔지만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을 외국인으로 교체하는 파격을 시작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베니테즈를 비롯한 첼시의 무링뉴 감독 등 외국인 감독의 영입과 그에 따른 외국선수들의 유입으로 이제는 전통의 잉글랜드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며칠 전 발표에 의하면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2부리그의 평균관중수가 1만7천여명으로 세리에A 관중수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런 열기를 바탕으로 세계축구의 무게중심이 다시 잉글랜드로 넘어갈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