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세계사, 공은 둥글다
축구의 세계사, 공은 둥글다
(데이비드 골드블라트, 2008년)
이 책은 무려 1,0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인류 문화 전체를 대상으로 축구의 기원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축구와 관련된 사료들을 정리하고 해석한 축구 역사책이다.
양도 양이지만, 그 내용 또한 상당히 깊이 있고 철학적이라 웬만한 인내심으로는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그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들을 언급하자면,
FIFA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하는지 추정해 보았는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형식을 갖춘 축구를 하고 있고, 5,000만개의 축구공과 경기장, 5,000만 명의 주심, 그리고 그라운드의 경계를 표시하는 백색 선의 길이를 합치면 지구를 1,000번 이상 감기에 충분한 길이라고 한다.
언론들은 축구에 다른 바깥세상을 끌어들이지 않으려 한다. 축구는 사회구조를 바꾸거나 권력의 균형관계를 움직이거나 부와 지위의 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 하지만 축구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정치적 수단 권력, 권위, 위협, 폭력이 선수들을 모으고, 스타디움을 지었으며, 경기결과를 결정했다. 축구는 상상 가능한 모든 종류의 정치기관과 야만적 권력에 봉사했고, 그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대영제국의 지리적 확산, 폭발적인 산업화 과정과 더불어 등장한 19, 20세기의 대중사회는 개인 스포츠보다 축구라는 단체 스포츠가 더욱 확산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축구는 단순하고, 비용이 적게 들며, 선수 숫자와 경기 공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축구는 배우기 쉽고, 다양한 체격조건을 받아들인다. 손 대신 발과 머리만을 사용하는 점도 매혹적이라서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스펙타클로서의 축구는 개인적 영감과 끈질긴 집단적 힘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즉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창출한다. 또한 축구는 계속해서 변하는 3차원의 공간에서 진행되고, 경기 흐름이 주는 흥분과 골이라는 마침표가 가져다 주는 절정 사이의 균형을 제공한다.
많은 이들이 축구를 세속적 혹은 이교적 숭배의 형태로 본다.
축구 서포터들은 회중이고, 스타디움은 성소이며, 터치라인은 성과 속을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 축구 경기 자체가 가장 중요한 종교적 의식이며, 그 대결 관계와 결과는 예외 없이 선악의 구도를 띄게 되고, 경기의 내러티브(narrative)는 영적 영감을 주는 신학적 텍스트이다.
그래서 흔들리는 팀이어도 여전히 팬들의 신앙 대상이고, 시즌은 빠지지 말아야 할 성찬식이며, 선수들은 하느님 아니면 악마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