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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축구는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soccerpark 2011. 12. 8. 11:33

처음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에 선임되었을 때 한가지 점이 매우 궁금했었다. FC서울 감독을 맡으면서 대표팀 차출에 항상(아마 단 한번도 불만을 터트리지 않은 적이 없을 것이다.)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던 그가 과연 대표팀 감독으로서 원활히 선수를 선발해 팀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였다. 그리고 그는 성격상 모난 구석이 있어 왔다. 따라서 축구협회 내에서도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다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문제점들 위에 일본전 대패에 이어 최근 레바논전에 패배하는 등 성적부진이 겹치면서 결국 경질되고 말았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 이번 경질은 찬성한다.

 

그가 강조하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이른바 만화축구는 유소년 시절부터 몸에 배어야지만 가능한 플레이다. 그런데 대표팀 선수들에게 자신의 철학인 패스플레이를 강조하는 것은 맞지 않은 옷에 몸을 맞추라는 격이었다.

이렇듯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조하다 보니 위기상황이 발생하거나 다양한 상대와 경기를 해야 할 경우 유연하게 대처하지를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지난 8월 일본에게 0-3 참패를 당한 경우, 대한민국은 전통적으로 체력, 스피드, 정신력이 뛰어난 편이고, 일본은 일찍부터 브라질 축구를 접목시켜 패스플레이가 뛰어난 편이다. 그런데 그런 만화축구로는 한 수 위의 일본을 상대로 맞불로 패스플레이로 일관했으니 패배는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리고 대표팀이라면 주전선수 외 그 포지션에 경쟁 및 대체선수도 선발해서 만일의 경우에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조광래 감독은 이번 레바논전에서 보면 이용래를 왼쪽 풀백으로 세우고 홍정호를 수비형 미들로 세우는 등 최적화된 조합을 준비하지도 못했고, 주전선수들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그들만을 중용하는 누를 반복했었다.

 

또한 그는 유난히 어린 선수들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서 성장시킨다는 점에서는 찬성한다. 그러나 대표팀에는 위기시 선수들을 진정시키고 리드를 할 수 있는 노장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선수가 없었다. 차라리 조광래 감독을 대표팀이 아닌 청소년팀 감독으로 선임하는 것이 더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더구나 그가 프로팀 감독시 선수선발로 그렇게 강하게 반발해 놓고서는 정작 본인이 대표팀 감독이 되어서는 올림픽팀의 홍명호 감독, 전 이회택 기술위원장과 마찰을 일으키고 선수 부모로부터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케하는 상황을 자초하였다.

 

이런 점들로 인해 대한민국이 최종예선을 통과할지도 의문이었지만, 설사 월드컵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조별예선에서 참패를 당하며 맥없이 물러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본다.

아무튼 후임 감독선임이 최대한 신속히 결정되어야 하겠고, 외국인 감독이라면 남미나 라틴 출신보다는 유럽 출신이 보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 어울릴 것으로 판단된다.

 

덧붙여 한가지 더, 차라리 레바논전 이후 바로 경질을 하든지 했어야 하는데 시기가 다소 늦어진 점도 그렇고, 이번 조광래 감독 경질이 비밀리에 이루어져 협회 내부에서도 당혹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근거로 보자면, 아마도 조광래 감독의 성격상 조용히 물러나지만은 않을 것이고 많은 잡음이 흘러나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