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장

동대문운동장

soccerpark 2008. 5. 11. 10:51

 

'불기 2552년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를 끝으로, 2008년 5월 5일부터 동대문운동장이 결국 철거에 들어갔다. (현재 야구장은 헐리고 없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역사와 첨단, 물과 숲, 문화와 영상이 어우러지는 다목적 공원을 조성하고, 공원 옆에는 ‘세계적 디자인·패션 산업의 메카’가 될 6층 높이의 ‘디자인 월드플라자’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동대문운동장역도 '환경디자인 시범 역사'로 지정돼 편의시설과 예술무대를 크게 늘리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역사 곳곳에 그려진 추억의 호돌이(서울올림픽 마스코트) 그림은 그대로 남기기로 했고, 역 이름 역시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대문운동장역’이란 이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렇게 한국 축구의 메카로 불리었던 동대문운동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니......

 

 예전의 동대문운동장 모습

 

이제는 기억 속에서 존재할 동대문운동장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동대문운동장에는 3만 5,000명 수용규모의 축구장과 야구장, 클레이코트의 테니스장, 실외배구장 및 옥외수영장이 있었다.

건립시기는 1925년 5월 26일 공사를 시작하여 1926년 3월에 준공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운동장이었다.

당시 동대문운동장은 ‘경성운동장’이었고, 경성부 토목기사 오모리의 설계로 경성부가 총독부의 지원을 받아 2만2700평에 15만5천원을 들여 지었다.

1945년 8·15해방이 되면서 이름이 ‘서울운동장’으로 변경되었고, 1962년 보수공사를 하여 육상경기장·야구장·수영장·배구장·연식정구장 등을 만들었다.

이후 잠실종합운동장이 건립되어 한국의 대표적 종합운동장의 위치를 넘겨주게 되었고, 명칭도 서울운동장에서 ‘동대문운동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동대문운동장에서는 많은 축구경기와 국제대회가 개최되었는데, 1930년 11월28일 경평축구 2회 대회가 열려 ‘한국 축구의 대부’ 김용식(1910~85) 선생이 최고의 축구스타로 떠오랐다.

또한 박스컵(이후 대통령배 축구대회와 코리아컵으로 계승되었으나 1999년 폐지되었다.)과 프로축구의 개막전이 개최되기도 하였다.

 

동대문운동장이 헐리는 과정을 돌아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축구인들에게는 성지로 불리울 만한 곳이 사라지는데도 제대로 반대의 목소리도 내지 못했고, 가치가 있는 기념물들을 보존하지도 못했다.

잉글랜드는 웸블리 구장이 헐릴 당시 잔디와 담벽들을 조각 내어 기념물로 남기는 한편 축구팬들에게 추억거리로 판매하기도 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동대문운동장의 잔디 일부분과 정면의 ‘동대문운동장’이라고 새겨진 담장 부분은 박물관으로 옮겨 보존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 4월 말 현재 동대문운동장 모습

 

 과연 '동대문운동장'이란 역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벌써 야구장은 헐리고 없어졌다.

 

 경기장 입구 (축구장은 풍물시장으로 사용되다 이전하였으나, 여전히 소수의 상인이 남아 있있다.)

 

 이 부분만이라도 따로 옮겨 협회차원에서 보존을 했으면 한다.

 

 운동용품점들이 모두 이전을 하고 흉한 모습이다.

 

 경기장 전체를 한바튀 돌아 보기로 했다.

 

 동대문운동장 해체공사 출입구

 

 수위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잠시 들어가 보았다.

 

풍물시장 이전으로 몸살을 앓은 터라 이중으로 통제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풍물시장으로 바뀌면서 경기장 자리가 주차장으로 변했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풍물시장으로 인해 축구장이 주차장으로 변경되어 있는 안내판의 모습이다.

 

 운동장 전체를 이렇게 펜스를 치고 해체공사를 하고 있었다.

 

 한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왔다. 운동장 주변은 중국인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아이러니다. 나는 운동장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갔는데, 이들은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을 응원하기 위해 이렇게 몰려나와 있다니......

 

한 곳에서는 경기장이 없어지고, 또 다른 곳에서는 새로운 경기장이 건설되어 축제가 준비중이고....

 

 다소 과하다 싶었던 이들의 열기는 결국 폭력사태로 이어지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오성홍기를 든 오토바이가 주변을 질주하는 모습이다.

 

 이제는 이 곳에 운동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하철역을 통해서만 간신히 기억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운동장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서게 될 공원과 디자인 월드프라자의 모습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