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vs 우루과이
다리오 로드리게스
모든 면에서 우루과이에게 압도당한 경기였다. 전반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역습에 무너지며 0-2로 완패하고 말았다.
흡사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예선 한국과 우루과이전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한국은 개인기량은 한수 아래였지만 뛰어난 정신력으로 다소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종료 1분전 다니엘 폰세카에게 헤딩골을 허용하며 패배하고 말았다. (당시 폰세카의 헤딩골은 분명한 오프사이드였으나 심판은 골로 인정했었다.)
어제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에게서 그 당시와 같은 정신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투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한 선수교체만 시도했을 뿐 패배를 만회할 만한 어떠한 전술적 변화도 보여주지 못했다. 베어벡이 한국팀 감독을 맡은 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국팀의 최대의 약점은 상대에 따른 적절한 전술적 변화나 특징이 없다는 것인데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는 절대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감독이 소속팀에서 중앙 수비수로 활동하지 않는 선수들을 굳이 실패를 거듭하며 계속해서 기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특히 김상식은 수비형 미들로서는 어울릴지 몰라도, 절대 안정적인 중앙 수비수로서의 자질은 전혀 가지고 있질 못하다.
한편 우루과이는 안정적이고 정확한 2대1패스를 통해 손쉽게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과 전방에서부터 끊임없이 저돌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러한 점은 한국팀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우루과이라고 하면 야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의 약점을 교묘히 파고들거나 이용하는 플레이스타일을 빠트릴 수 없는데, 어제도 2골의 여유가 있자 공을 후방에서 돌린다든지, 부상을 당하면 최대한 시간을 끄는 모습 등을 어김없이 보여 주었다.
한국팬들로서는 답답하고 짜증나는 현상이었지만, 앞서가는 팀으로서 그러한 점들을 철저히 이용하는 것 또한 전술의 일부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로드리게스를 중심으로 한 4백도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역시나 경험많은 로드리게스의 플레이는 칭찬할 만 했다.
레코바는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여전한 프리킥 실력과 뛰어난 볼감각만큼은 전혀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부에노가 2골을 넣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는데, 경기를 지켜보며 부에노의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가 넘쳐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역시 우루과이의 약점은 공격력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의 격전을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우루과이는 포를란의 파트너로서 부에노의 공격력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은퇴한 다리오 실바의 플레이를 능가한다는 생각이 들지 못했다.
우루과이하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선수들이 있는데 다리오 실바와 어제 골키퍼를 본 카리니다.
카리니는 청소년 시절 정말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세계적인 톱클래스의 골키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에 많이 부족한 편이고, 다리오 실바의 경우 교통사고로 축구선수로서 생명과 같은 다리 한쪽을 절단하는 불운을 맞았다.